시작하면서
안녕하세요. 양정훈입니다. 제가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 글을 써보는 건 아마 처음 같은데요. 아마 제가 기존에 다른 친목적인 곳에서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글이나 포럼을 쓰는 걸 좀 좋아합니다. 뭐랄까 제 의견이나 상대방에게 추천하고 싶은 걸 정리해서 보여주는 게 제 취향인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티스토리를 개설하여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제목을 보시고 오셨으면 아시겠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한국 音MAD계 합작'입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저격성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 같아서 미리 말하지만 이번 글은 특정 인원을 저격하거나 비방하기 위해 적힌 글이 아니며 단순히 제 개인적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이 점 인지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의 작성 시작 날짜는 3월 19일입니다)
작성 동기: 왜 썼는가?
여러분들 생각에 현재 합성계에서 합작이 가지고 있는 중요도와 기여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제 생각에 현재 합성계는 '합작 과대 포화 현상'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크고 작은 합작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고 음매드 제작자분들도 이 합작들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개인작과 합작의 비율로만 따져봐도 50:50의 비율을 넘는 비중을 두고 있는 게 현재 우리나라 음매드계 합작들입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너무 많은 합작과 그걸 잡고 있는 제작자들. 너무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 뒤는 이 두 주제에 대해서 서술해 보겠습니다.
본론
최근에 나온 합작 중에 G-맨 합성종결자+라는 근사한 합작이 하나가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인 '대정령'을 소재를 활용한 단일 소재 합작인데 퀄리티라던지 합작이 가지고 있는 에고라던지가 잘 느껴졌습니다. 특히 각파트에서 보여주는 음원과 영상에서 합작의 방향성을 어떤 식으로 잡았는지가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단일 소재 합작인 만큼 다른 합작들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졌다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ekT-yDwdSUk
이건 바다 건너 일본 합성계에서 나온 합작인데요. 아호쿠사(阿保草) 채널에 투고된 소재셔플사적합작(素材シャッフル私的合作)입니다. 이 합작은 특유의 콘셉트가 굉장히 특이한데요. 각 파트의 제작자가 다른 합작원이 주로 쓰는 올스타 소재들을 활용하여 본인 스타일로 각각 만든 Unfounded Revenge 단일곡 합작입니다. 처음엔 합작 방식이 굉장히 신기해서 눈여겨봤던 합작이었는데 그 안에 있는 거의 모든 파트가 퀄리티 있는 수준 높은 합작이어서 감상하는 내내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사담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GainA' 제작 파트와 '阿保草(아호쿠사)' 제작 파트가 마음에 듭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두 합작의 공통점은 차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언급된 작품들은 사용소재나 합작만의 뚜렷한 룰이나 컨셉을 설정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이런 합작들은 개인작과는 다른 재미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개인작의 한계라고 생각되는 한 사람의 제한적 소재 사용이 확장되고 역이용당해질 수 있는 순간이니까요. 덕분에 이런 차별화된 합작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음매드 견해를 높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너무 멀리 간 거 같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진짜입니다. 이런 합작들이 동기가 되고 모티브가 되어서 나오는 게 제작자들의 파생작이니까요.
하지만 현재 올라오는 대부분의 합작들은 이런 포맷을 잘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 나오는 합작들의 7할 이상은 '메들리 올스타 합작'입니다. 제가 말한 메들리 올스타 합작은 이미 나온(자체 제작의 사례도 있긴 있습니다) 메들리 틀을 활용하여 각 파트 제작자가 통일성 없이 서로 좋아하는 소스를 사용하여 제작하고 이를 이은 방식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합작이 이런 식으로 제작을 한 뒤 투고를 할 때 ○○기념 합작 이라던가 ○○합작이라고 붙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특정인, 특정합작 저격이 아닙니다.) 이런 합작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뭘까요? 개인적으로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각 파트 제작자들이 각자 원하는 소스 써서 만들고 이를 이은 게 합작이다? 최근의 저는 좀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메들리 파트 잘라다가 한두 명씩 모여서 개인작 만들고 그거 이은 거랑 무슨 차이입니까? 이렇게 해서 합작이 투고되면 주목되는 파트는 한두 개에서 그칩니다. 그리고 단품이 올라가면 그 주목은 그 단품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합작은 제작자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 아닌 본인들의 작품을 제작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쓰이게 됩니다. 제작자분들이 의식을 하지 못하시더라도 이런 체제가 이어져 왔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현재 주로 활동하는 20-22 유입계(전까지만 해도 뉴비 라인이었는데 요즘도 그 네이밍을 사용하기는 애매해서 제 마음대로 정해봤습니다)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런 합작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빠른 주최 결단과 인원 모집이 쉽다는 겁니다. 맨 처음
에서 말한 단일 소재 합작이나 특정 컨셉 합작 같은 경우는 합작 주최 결정과 인원 모집부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메들리 올스타 합작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최 결단과 인원 모집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받쳐주는 게 바로 친목이라고 생각하고요.(친목을 비방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친목계에서 상당히 오래 있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빠른 주제/목적/동기 선정 -> 빠른 인원 모집 -> 적당한 메들리 잘라서 시트 만들고 파트 선정 -> 다 차면 마감 시작!' 이런 레퍼토리가 계속 반복되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합작에 참여한 제작자들도 합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식어버리게 되고 무기력하게 '아 빨리 여기 마감해야 하는데'라는 강박에만 시달립니다. (어쩌면 관심과 애정은 들어갔을 때부터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제작자들의 마감은 점점 늘어가고 이를 감당을 못하면 오버런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가 중첩이 되어 합작 터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작년 겨울에서 올해 주최된 합작들 중에 안 나온 게 나온 것보다 많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제가 자주 활동하는 곳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현재 한국 음매드계 양산형 합작 문화 방식의 문제점입니다. 제작자들에게 부담만 가고 주최자는 운영하는 대로 스트레스받는 형식에서 호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결 방안은?
제가 뭐 한국 음매드국 정부 장관 같은 역할도 아니고 해결 방안을 논한다는 것이 상당히 난센스적이긴 하지만 지금부터는 제가 생각한 나름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먼저 첫 번째로 개인작 중심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짧게 서술한 대로 제작자가 직접 만든 개인작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제작자 면에서는 제작자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여 실력을 키워나가며 어필할 수 있고 시청자들 면에서는 여러 채널에서 각자 제작자들의 분량 있는 개성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소리 MAD게시이벤트로 접근성이 훨씬 편해져서 '개인작이 합작보다 덜 주목받는다'라는 의견은 완전히 부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LV-dSAZtIdw
두 번째로 합작을 정 낸다면 '확실한 컨셉을 들고 와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개인작의 좋은 면에도 합작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의 방향대로 제작하면 그 합작만의 통일성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위에 링크로 남긴 합작은 '가챠 경연'입니다. 각자의 팀들이 제작해야 하는 작품의 컨셉(곡, 소재, 기타 요소 등등)을 전부 랜덤 하게 (일명 가챠로) 정해서 나온 작품들을 경연 합작 투표방식을 통하여 다음 라운드 작품 진출 팀을 고르는 것입니다. 설명만 들어도 아시겠지만 확실히 시청자들을 끌만한 다른 타 합작들과 확실한 차별성이 있습니다. 또한 제작자들 또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어 제작자와 시청자들이 모두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합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나온 경연합작 중에 가장 좋게 보는 합작(거의 유일)입니다. '가챠 경연'과 처음에 서술한 '소재셔플사적합작'에서도 느낄 수 있는 내용인 개인작이 쉽게 갖추기 어려운 요소들을 합작이라는 형태를 이용하여 투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즉, 다시 정리하자면 '개인작과 차별된 제대로 된 컨셉의 합작'이 지금 한국 음매드계에서는 필요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단품만 올라오길 기대하게 만드는 합작이 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합성계 들어온 지 별로 안 된 사람이 전문성 없이 쓴 글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심한 밤에 폰으로 쓰느라 두서없이 느껴지셨을 수 있겠지만 부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이 읽고 계신 독자님들의 합성계 가치관에 조그만 영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과 함께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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